[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명나라 때 북경에 온역병(溫疫病)이 돌았는데, 장경악은 당시 보법을 겸해서 치료함으로써 많은 이들을 살렸다. 그는 상한병에는 보법을 쓰면 안된다는 상한무보법(傷寒無補法)을 비판했다. 챗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1604년, 명나라 때 기근과 혹한이 심했다. 당시 사람들은 식량이 부족해서
바다이야기 영양실조에 걸렸고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사람들은 굶주리고 먹지 못해서 기운이 허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해인 1605년, 북경과 하북지역에 온역(溫疫, 열성 전염병)이 대유행했다. 북경을 강타한 대역병의 증상은 고열, 두통, 번갈, 피부 반진, 출혈반,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의 종창(림프절) 등이었다. 전형적인 온역(溫
릴짱릴게임 疫)과 열독(熱毒)에 의한 증상이었다. 그래서 급속한 전염과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길거리에는 시신이 넘쳐났다. 사망자는 노령자와 내상으로 인해서 원기 허약자들이 대다수였다.
당시 북경은 명나라의 수도였다. 그래서 예로부터 역병이 돌면 태의원(太醫院)을 정점으로 약방과 대민 진료소를 가동하고,
바다이야기합법 처방 배포, 구휼, 시신 수습 등 국가주도 사업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이때의 대역병은 너무나 강력해서 이런 체계가 사실상 붕괴되었다.
그래서 관부에서는 북경이외의 지역에 있는 의원들도 불러들였다. 많은 의원들이 구휼(救恤)에 참여했다. 의원들은 주로 청열해독제(淸熱解毒劑)에 풍열(風熱)을 발산하는 약을 함께 처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
릴게임 고 환자들은 회복되지 않았고, 가을철 마른 들판의 들불처럼 타오르는 병세를 꺾을 수 없었다.
의원 중에는 장경악이란 자도 있었다. 장경악은 원래 강남(江南)지역에서 활동한 의원이었지만 이번 북경 역병 때문에 상경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장경악의 처방을 복용한 환자들은 기사회생했다.
주위의 의원들은 장경악을 찾은 환자들은
한국릴게임 증상이 가벼웠거나 치료를 받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질 수 있는 환자들일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우연이라고 치기에는 장경악의 처방을 복용한 환자들 중 살아난 자들이 꽤 많았다.
북경의 온병 대유행은 많은 사망자를 남기고 2~3년 만에 자연스럽게 잠잠해졌다.
온병이 잠잠해지자 의원들은 왜 자신의 처방들은 듣지 않고, 장경악의 처방을 복용한 환자들은 기사회생하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고열이 나는 온병에는 열독을 치는 찬약을 처방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기 때문에 의원들은 자신들의 처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의원들은 장경악의 처소에 모여들었다. 한 의원이 “장의원님은 도대체 어떤 처방을 해서 온병환자들을 그리 많이 살리시게 되신 겁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장경악은 “저는 대온(大溫), 대보(大補)하는 약재와 함께 발산지제를 함께 처방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장경악은 온병 환자들에게 보약 처방을 겸했던 것이다. 장경악은 보약과 함께 풍열을 치료하는 발산(發散)시키는 약재를 함께 처방한 것이었다.
의원들은 장경악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 의원이 “아니 온병(溫病)과 같은 상한(傷寒)에는 보법을 쓰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의설(醫說)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하여 장의원은 보법을 쓰신 겁니까? 치법이 잘못된 것 아닙니까?”하면서 따지듯이 물었다.
그러자 장경악은 “상한병이라도 원기가 허약한 경우 또한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데, 허함에도 불구하고 보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회복될 수 있겠습니까? 요즘 의원들을 보면 하나같이 ‘상한병에는 보약을 쓰면 안된다’고 하면서 상한무보법(傷寒無補法)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옛날에는 없던 말입니다. 내가 용렬한 의원들의 처방으로 비명에 죽은 사람들이 가슴 아파 내경에서 전한 내용을 모두 찾아보았지만 어디에도 상한무보법의 예는 없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장경악의 이야기를 들은 의원들은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수긍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한 의원이 “장의원님도 잘 아시는 도절암(陶節菴)이란 명의는 ‘상한병으로 한토하(汗吐下) 치법을 행한 후에는 바로 인삼이나 황기와 같은 대보하는 약제를 쓰면 안 되니, 만약 그렇게 하면 사기가 보를 얻어 열이 더욱 치성해진다’고 한 바 있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물었다.
그러자 장경악은 차분하게 “도절암 선생의 말은 공격적인 약을 써야 하는 경우는 본래 실사(實邪)이기 때문에 보약을 함부로 쓰면 그 사기가 되살아날까 봐 두렵다는 말뿐이지 ‘처음부터 상한일지라도 허증이 있을 때는 마땅히 보약을 쓰면 안된다’는 말은 아닙니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장경악은 “하물며 요즘 사람들의 상한은 노권과 내상, 그리고 칠정(七情)에 허증을 낀 경우가 7~8할인데, 상한무보(傷寒無補)를 떠들고 다니는 의원은 8~9할이니, 허증을 겸한 7~8할 환자들이 보법을 쓰면 안된다고 하는 8~9할 의원들을 과연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이름 있는 의가마저 상한무보법을 말하니, 어찌 그 망령됨을 모르는지 한스럽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경악은 “지난번 북경의 대역병은 전 해에 있었던 흉년과 기근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의 정기가 허해져서 시기(時氣)를 틈타 퍼진 것입니다. 그러니 이미 허해진 상태에서 사기가 들어오니 당연히 보법과 사법을 겸해야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은 모두들 공격적인 약만 썼으니 이는 사람은 보지 않고 증상만 본 폐단이었습니다. 그러니 환자가 살 수 있었겠습니까?”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의원들은 장경악의 말을 들으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이 말들은 자신들에게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상한에 보법을 쓰면 안된다는 말은 ‘허즉보(虛則補), 실즉사(實則瀉)’라는 치법에 따라서 상한은 실증(實證)이기 때문에 사법(瀉法)을 써야지 보법(補法)은 쓰면 안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치법은 치료의 대강이다. 여기서 실(實)하다고 하는 것은 사기(邪氣)가 실함이요, 허(虛)하다고 하는 것은 정기(正氣)가 허함을 일컫는다.
장경악의 치법은 바로 부정거사법(扶正去邪法)이었다. 부정거사는 정기를 보하면서 동시에 사기를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북경을 강타했던 온역병으로 인한 환자들은 이미 전해부터 기근에 시달리면서 정기가 허한 상태에서 온병에 걸려서 정기가 허하면서도 열사가 치성한 환자들이었기 때문에 보약과 함께 치료약을 겸해서 처방했던 것이다.
요즘도 보면 인삼패독산(人蔘敗毒散), 삼소음(蔘蘇飮) 등은 외감 상한을 치료하는 감기약에 인삼이 들어 있는 처방들이 다용되고 있다. 이 처방들은 외감병이면서도 허증을 겸하고 있는 경우는 처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시호탕(小柴胡湯), 백호가인삼탕(白虎加人蔘湯) 또한 고열이 나는 상황에서 허실이 섞여 있다면 사기를 제거하는 중에 정기를 보하기 위해서 인삼이 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외감병 환자를 치료할 때 절대 보약을 쓰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환자를 치료함에 강령을 따라야 하지만 무조건 한가지 강령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경악전서> 傷寒無補法辨. ○ 按傷寒一症, 惟元氣虛者爲最重, 虛而不補, 何以挽回? 奈何近代醫流, 咸謂'傷寒無補法'? 此一言者, 古無是說, 而今之庸輩, 動以爲言, 遂致老幼相傳, 確然深信, 其爲害也, 不可勝紀. 玆第以一歲之事言之, 如萬曆乙巳歲, 都下瘟疫盛行, 凡涉年衰及內傷不足者. 余卽用大溫·大補兼散之劑, 得以全活者數十餘人, 使此輩不幸而遭庸手, 則萬無一免者矣. 卽余一人, 於一年之中, 所遇若此, 其如歲月之長, 海字之廣, 凡爲無補所殺者, 固可勝量哉?
(상한무보법에 대한 변론. 상한일증에는 원기가 허한 경우가 최중인데, 허한데도 불보하면 어떻게 만회하겠는가? 왜 요즘의 의사들은 하나같이 '상한무보법'을 말하는가? 이는 옛날에는 없던 말인데, 요즘의 용렬한 무리들이 걸핏하면 말하여 결국 노인에서 아이까지 서로 전하여 깊게 믿고 있어 그 피해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졌다. 한 해의 일로 말해보면, 1605년에 북경에 온역이 성행했는데, 대부분 쇠약한 노인과 내상부족한 사람과 관련되었다. 내가 대온·대보하면서 겸산한 처방을 써서 살린 사람이 수십 명에 이르렀는데, 이들이 불행히 용렬한 의사의 치료를 받았다면 만에 하나도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나 한 사람이 1년 동안 만난 사람들이 이 정도인데, 오랜 세월과 넓은 세상에서 보하지 않아 죽은 사람들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