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리
우리 사회는 성장 중심 분배 구조 속에서 개인 생존을 노동 시장에 종속시켜 왔다. 하지만 불안정 노동의 확산, 인구구조의 변화, 기후 위기라는 조건은 기존의 분배 체계를 넘어서는 새 틀을 요구한다.
출판사 평사리가 펴낸 ‘공유부 배당’(역사와 이론)은 그러한 전환의 핵심 열쇠 중 하나를 알려주는 책이다. 공유부는 단지 경제적 자산만이 아니라, 자연환경, 지식, 디지털 네트워크 등 현대 사회의 인공적 공유지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사회의 기본소득 논의를 한층 확장하고 구
한국릴게임 체화하는 데도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 브렌트 라날리는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월든’ 저자인 헨리 데이빗 소로의 사상을 연구해 왔다. 현재 ‘소로 협회지’의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노동자 소유 기업 카드무스 그룹에서 기본소득, 사회 신용, 공공 정책 분야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사이다쿨 인간이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지구는 존재했다. 그렇다면 이 땅과 공기와 바다는 누구의 것일까? 라날리는 이 질문에서 책을 출발한다. 오늘날 불평등은 단순히 소득 격차의 문제가 아니다. 토지, 자원, 기술, 금융 시스템처럼 인류 전체가 만들어 온 부가 특정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날리는 묻는다. “부의 원천이 공동의 것이라면, 왜 그 수익은
바다이야기부활 소수가 독점하는가?” 라날리는 부의 개념을 새로 정의한다. 부란 개인의 노동만이 아니라, 세대를 거쳐 축적된 자연의 자산과 사회적 협력의 결과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부는 단순히 개인의 소유만이 아니라 공유의 차원이 함께 깃들어 있으며, 바로 그 지점에서 ‘공유의 문제의식’이 새롭게 제기된다.
라날리는 공유부 배당의 사상적 기원을 18세기
황금성슬롯 혁명기의 사상가 토머스 페인에게서 찾는다. 페인은 ‘토지 정의’(1797)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지구는 인류 전체의 공동 유산이다. 누군가 그것을 점유한다면, 그로 인해 다른 이들이 잃은 몫을 보상해야 한다.” 페인은 이 보상의 방식을 ‘토지 배당금’으로 제안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지구의 공동 상속자이므로, 누구도 이 유산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손오공릴게임예시 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라날리는 공유부 사상이 실제 제도로 구현된 대표 사례로 ‘알래스카 영구기금’을 분석한다. 1970년대, 알래스카 주는 석유 개발로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당시 주지사 제이 해먼드는 이 자원을 개인이나 정부가 독점하는 대신 그 수익 일부를 ‘영구기금’으로 적립해 모든 주민에게 배당하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1982년부터 알래스카 주민들은 매년 석유 수익에서 발생한 배당금을 직접 받아왔다. 라날리는 이를 ‘현대판 토지 배당금’이라 부른다. 자연의 부를 개인 소유가 아닌 공동의 자산으로 인식하고, 그 수익을 시민에게 직접 환원하는 제도, 이것이 바로 ‘공유부 배당’ 첫 실현이었다.
라날리는 21세기에 들어 공유부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땅과 석유, 광물 같은 물질적 자원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대기, 생태계, 데이터, 네트워크 등 보이지 않는 ‘공유된 기반’이 새로운 부의 원천이 되었다. 이러한 자원을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훼손하는 자는 그 대가를 공동체에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탄소 배당’의 원리이다. 기후 위기를 초래한 탄소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고파는 대신, 그 수익을 국민에게 나누는 제도. 라날리는 이것을 “21세기의 공유부 배당”이라 부른다.
라날리는 공유부의 개념을 물질적 자산을 넘어 제도적·금융적 영역으로 확장한다. 국가의 공공자산, 공기업, 특허권, 그리고 화폐 발행 이익까지 모두 사회적 신뢰와 제도적 인프라 위에서 만들어진 부이기 때문이다. 그는 “화폐는 사회 전체의 신용으로 유지되는 공공재”라고 말한다. 따라서 화폐 발행에서 생기는 이익, 즉 시뇨리지(화폐 주조 차익)는 국가나 중앙은행의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공동으로 나누어야 할 부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이때의 ‘배당’은 단순히 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제도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다시 순환시키는 행위로 이해가 된다.
이 책의 중요한 메시지는 정의의 언어를 ‘분배’에서 ‘공유’로 옮기자는 것이다. 라날리는 말한다. “복지는 빈자를 돕는 도덕의 문제이지만, 공유부 배당은 모두의 권리를 되찾는 정의의 문제다.” 그는 복지국가의 한계를 넘어, 경제의 근본 구조를 다시 설계할 것을 제안한다. 소득의 흐름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의 근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21세기 정치경제학의 새로운 언어라고 말한다.
‘공유부 배당’은 근대의 토머스 페인으로부터 시작된 ‘공유의 사상’을 현대의 제도 언어로 되살린 책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조용히, 그러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부의 근원을 되찾을 수는 없을까?” 그 물음이야말로 오늘의 경제가 잃어버린 정의의 자리, 그리고 모두의 부를 모두의 몫으로 되돌리는 출발점이다.
‘공유부 배당’ (역사와 이론)은 유승경 정균승 두 경제학자의 꼼꼼한 번역과 평사리의 깔끔한 편집이 21세기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대한 안내서를 우리글로 잘 다듬어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