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날 시험해요? 전생에 내가 죄라도 지었어요? 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
사진=에스앤코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진 검푸른 망망대해. 폭풍우를 뚫고 홀로 살아남은 인도 소년 '파이'가 신을 향해 울부짖는다. 가족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곁엔 남은 건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벵골 호랑이뿐. 희망과 공포가 뒤섞인 파이의 외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초연 중인 '라이프 오
신천지릴게임 브 파이'(Life of Pi)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태평양 한가운데로 관객을 데려가는 듯한 강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총총 박힌 하얀 별과 바닷속을 유영하는 초록빛 물고기 떼는 황홀경 그 자체. 제작사 에스엔코 측에서 이 공연을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규정하길 거부한 이유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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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스앤코
이 공연의 장르는 이른바 '라이브 온 스테이지'(Live on Stage). 티켓 예매 사이트에는 뮤지컬로 분류돼 있지만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연극으로 보기도 어렵다. 연극 특유의 '있는 셈 치는' 연출이 아니라 영상과
모바일바다이야기하는법 음향, 조명, 퍼펫 등 모든 요소를 동원해 무대의 한계를 넘어선 압도적 경험을 선사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얀 마텔에게 맨부커상을 안긴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캐나다 이민을 꿈꾸던 파이네 가족은 화물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던 중 폭풍우를 만난다. 홀로 살아남은 파이는 구명보트에 함께 탄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조련하며
온라인골드몽 227일간 태평양을 표류한다. 파이는 동물과 인간이 각각 등장하는 두 가지 버전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삶이 고통과 선택의 연속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믿으며 살아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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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숨 가쁘게 전개된다. 구조된 파이가 머무는 병실을 기준으로 파이네 가족이 운영하던 인도 동물원, 난파 직전의 배, 파이가 몸을 실은 구명보트 등 파이의 과거 경험이 교차하며 무대도 순식간에 전환한다.
무대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살아 있는 존재다. 가장 큰 힘은 생동감 넘치는 영상이다. 폭풍우가 내리치는 장면에선 정말 무대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은 실감 나는 영상에 오페라글라스로 가까이 들여다보게 된다. 이안 감독의 동명 영화가 컴퓨터그래픽으로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줬다면 무대는 아날로그 연출과 영상 기술의 조화로 더욱 생동감 넘치는 세계로 안내한다.
구석구석 활용한 무대 연출도 돋보인다. 다른 공연에선 그저 벽에 머물던 무대 옆면에서 기린 퍼펫이 불쑥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아래에선 구명보트가 펼쳐지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무대 바닥에선 물고기가 유영하고, 구명보트가 들썩일 때마다 작은 파도가 부서진다. 이 모든 디테일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무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앞 좌석(파노라마석)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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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의 열연도 빛났다. 특히 파커와 육탄전을 벌일 때나 폭풍우에 휩쓸려 공중으로 떠오르는 장면에선 몸을 사리지 않는다. 팔뚝이 시원하게 드러난 옷을 입고 있지만 머리칼은 어느새 땀에 흥건히 젖어있다. 최근 화제를 모은 청룡영화제 무대 영상에서 그가 보여준 카리스마를 까맣게 잊게 할 만큼 무대 위에선 소년 파이 그대로다.
퍼펫은 동물의 골격에서부터 붉은 내장까지 섬세하게 만들어졌다. 이를 조종하는 퍼펫티어(인형조종사)의 투혼도 감탄을 부른다. 특히 파커를 맡은 세 명의 퍼펫티어는 15㎏에 달하는 인형 무게를 견딘 채 좁은 구명보트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덕분에 생명을 얻는 파커는 파이를 위협하다가 어느 순간 다리를 꼬고 턱을 괴는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친근함을 준다.
커튼콜까지 마치면 파이와 함께 태평양을 건넌 것처럼 몸이 축 늘어진다. 그만큼 볼거리가 쉼 없이 몰아친다.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