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코넬대 연구진이 극락조 깃털을 모방해 빛을 99.87% 흡수하는 직물 기술을 개발했다. 이 직물로 디자인한 드레스는 좌우 60도 어디에서 봐도 칠흑 같은 검은색으로 보인다./미 코넬대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이 아들 이지호씨의 해군 장교 임관식에서 보인 블랙 패션이 큰 화제가 됐다.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임관식에서 임 부회장은 검정 선글라스에 블랙 코트, 블랙 토트백으로 색을 통일했다. 검은색이 주는 단정하면서도 품격 있는 분위기가 군 행사에 어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학자들도 검은색에 매료
릴짱릴게임 됐다. 옻칠처럼 검고 광택이 나는 칠흑 같은 검은색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미국 과학자들이 자연에서 답을 찾았다. 극락조의 깃털을 모방해 블랙 패션은 물론, 카메라와 망원경, 태양전지에도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검은색 직물 기술을 개발했다.
◇빛 안으로 굴절하는 깃털의 가시 모방
미국 코넬대는 “라리사 셰퍼드(Lar
바다신릴게임 issa Shepherd) 섬유과학 및 의류디자인학과 교수 연구진이 검은색 깃털 구조를 모방해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검은색 양모(羊毛)를 구현했다”고 지난 1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실렸다.
눈은 사물에서 반사된 빛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빛을 100% 반사하면 하얗게 보이고 반사되지 않으
바다이야기5만 면 검게 보인다. 가장 어두운 색인 울트라블랙(ultrablack)은 빛 반사율이 0.5% 미만으로 정의된다. 코넬대 연구진은 이번에 하얀 양모 표면에 나노 구조물을 입혀 만든 검은색은 빛 반사율이 0.13%로, 울트라블랙 직물 중 세계 최고 기록이라고 밝혔다.
미 코넬대
바다이야기 연구진이 극락조(위) 깃털을 모방해 빛을 99.87% 흡수하는 직물 기술을 개발했다. 흰 양모에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을 코팅한 다음, 끝부분을 깎아내 빛을 안쪽으로 굴절하는 작은 깃가지 구조(아래)를 구현했다./미 코넬대
연구진은 뉴기니와 호주 북부에 사는 극락조(학명 Ptiloris magnifi
골드몽릴게임 cus)의 깃털에서 영감을 얻었다. 극락조는 영어로 소총새(rifle bird)로 불리는데, 검은색 깃털이 영국 소총 여단의 제복을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셰퍼드 교수는 “극락조는 검은색을 내는 멜라닌과 함께 매우 흥미로운 계층적 구조인 작은 깃가지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요소들을 직물에 결합시키고자 했다”고 말했다.
극락조의 검은 깃털에는 빛을 흡수하는 멜라닌 색소가 있다. 새는 이와 함께 빛을 안쪽으로 굴절시키는 작은 깃가지 구조도 있다. 작은 깃가지 구조는 광택이 나는 품위 있는 검은색을 만든다. 정면에서 볼 때는 검게만 보이지만, 각도를 달리하면 깃털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양모 표면에 합성 멜라닌인 폴리도파민을 입힌 다음 끝부분을 깎아내 작은 깃가지 모양을 갖춘 섬유를 만들었다.
울트라블랙은 단순히 양모 표면을 멜라닌으로 코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폴리도파민이 직물의 섬유 속까지 침투하도록 했다. 그러면 직물 전체가 검게 변한다. 그래야 나중에 섬유의 바깥쪽 일부를 깎아내 검은색을 유지하면서 빛을 안으로 굴절시키는 작은 깃가지 모양을 만들 수 있었다.
박사과정의 한사디 자야마하(Hansadi Jayamaha) 연구원은 “빛이 섬유들 사이에서 앞뒤로 반사되며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는다”며 “이것이 울트라블랙 효과를 만들어내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자야마하는 박사과정의 박규인(Kyuin Park) 연구원과 함께 이번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이다.
미국 MIT 연구진은 2019년 빛을 99.995% 흡수하는 탄소나노튜브 포일을 발표했다. 이 포일로 다이아몬드를 덮자 암흑으로 변했다./MIT
◇패션에서 태양전지, 카메라까지 응용 가능
셰퍼드 교수는 “디자인 관점에서 흥미로운 점은 기존 울트라블랙 소재 대부분이 우리 기술만큼 착용성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라며 “게다가 넓은 각도에서도 울트라 블랙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직물은 정면에서 보거나 양측 60도 각도까지 120도 범위에서 동일하게 울트라 블랙을 유지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패션 디자인 전공으로 코넬대를 졸업한 조이 알바레즈(Zoe Alvarez)는 셰퍼드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울트라블랙 직물로 드레스를 디자인해 칠흑 같은 검은색이 계속 유지된다는 사실을 검증했다.
울트라블랙 기술은 패션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박규인 연구원은 “울트라블랙 기술은 흡수된 빛을 열에너지로 변환·활용하는 다양한 태양열 응용 분야에 활용 가능성이 있다”며 “예를 들어 울트라블랙 직물을 체온 조절 위장 소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넬대 연구진은 직물에서 가장 검은색을 구현했지만, 사상 최고의 검은 물질을 개발한 것은 아니다. 최고 기록은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진이 갖고 있다. 브라이언 워들(Brian Wardle) MI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지난 2019년 미국화학회(ACS) 학술지에 빛을 99.9995% 흡수하는 검은색 포일을 발표했다.
MIT 연구진은 염소로 깎아낸 알루미늄 포일 위에 탄소나노튜브를 성장시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가 벌집처럼 6각형으로 연결돼 다발을 이룬 물질로 전기가 잘 통하면서도 강도가 강한 신소재다.
세계에서 2번째로 검은 물질은 영국의 나노기술 전문기업인 서리 나노시스템(Surrey NanoSystems)이 개발한 반타블랙(Vantablack)이다. 역시 탄소나노튜브로 구성됐으며 빛을 99.965% 흡수한다. 인공위성이나 카메라, 망원경, 센서 등에서 빛의 난반사를 막는 데 활용된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5649-4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2019), DOI: https://doi.org/10.1021/acsami.9b08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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