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 계획에 따라 새롭게 단장된 도쿄역은 일본의 '황실외교'가 시작되는 공간으로 본격 활용되고 있다. 외국에서 새로 대사가 부임하면 천황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기 위해 마차를 타고 황궁으로 향하는 출발점이 도쿄역이다. 2019년 6월, 도쿄역에서 브루나이 신임 주일 대사를 태운 마차가 황궁을 향해 가고 있다./이하원 기자
최근 서울 종묘 주변 개발 논란이 불거지면서,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도쿄역 일대 도시 정비 모델입니다. 종묘 인근 개발을 찬성하는 측은 “도쿄역 주변에 4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섰지만, 고즈넉한 역사(驛舍)와 현대적 스
릴게임황금성 카이라인이 조화를 이루며 오히려 도쿄역의 품격을 더 돋보이게 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반대 측은 “도쿄역과 종묘는 성격과 역사적 가치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문화재 보존 논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종묘 개발 논란에서 도쿄역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역사와 문화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건축사에 남을 만한 도시 공
바다신2다운로드 간을 만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2017년 도쿄역과 일본의 상업 중심지 마루노우치(丸の内) 지역 사이의 1만㎡가 자연 친화적으로 새롭게 단장된 후, 일본에서는 물론 외국에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습니다. 일본식 근대 건축과 현대적 빌딩 숲이 절묘하게 어우러지게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조선일보사 도쿄지국은 도쿄역에서 걸어서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아 도쿄 특파원
바다이야기5만 시절 이곳을 수없이 오가며 관찰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중요한 외교 기능 수행하는 도쿄역
도쿄역은 이제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신임 외국 대사가 천황에게 신임장을 제출하는 황실 외교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쿄역 광장 정비 이후 외교 마차 행렬이 부활, 도쿄역–마루노우치–황궁을
사이다쿨 잇는 도로는 본격적으로 일본의 ‘국가 상징 거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9년 6월 도쿄역 광장에서는 브루나이의 신임 주일 대사가 황궁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두 개의 일장기가 나란히 펄럭이는 도쿄역 현관에 마차 2대가 나타나자 관광객들이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고풍스러운 마차의 옆면에는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국화
게임몰릴게임 문양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부르나이의 신임 주일 대사는 이곳에서 약 1㎞ 떨어진 고쿄(皇居·황궁을 의미)에 들어가 나루히토 천황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기 위해 마차에 올라탔습니다. 관광객들은 마차 행렬이 사라질 때까지 신기한 표정으로 잇달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2019년 6월 도쿄역 광장에서 일본 국내외 관광객들이 새로 부임한 브루나이 대사가 마차를 타고 황궁으로 가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모여 있다. /이하원 기자
마차가 떠난 후, 일부 관광객들은 1914년 건립 당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도쿄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도쿄역 구내에서 영업 중인 고급 호텔을 둘러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한 회사원은 “도쿄역은 마치 유럽의 오래된 성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쿄를 방문한 영어 교사는 “지금까지 내가 본 역 건물 중에서는 가장 멋지다. 주변 건물과 조화로운 것이 인상적”이라고 했습니다.
도쿄역은 재개발 후, 단순히 기차를 타기 위해 오가던 교통시설에서 품격 있는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도쿄역에서 마루노우치를 거쳐 고쿄로 갈 수 있도록 도로 한가운데 만든 폭 25m 보행로를 타고 관광객들이 흘러다닙니다.
외국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이 열릴 때가 아니더라도 도쿄역에서 사진찍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신혼부부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도쿄역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됩니다. 도쿄역 주변에서 환하게 웃는 신랑, 신부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곤 했습니다.
일본의 민관, 힘 모아 국가 상징 거리 조성
도쿄역-마루노우치-고쿄로 쭉 이어진 구간이 일본의 ‘국가 상징 거리’로 변모한 것은 일본의 민관이 15년 넘게 힘을 모은 결과입니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총리는 도쿄역 주변의 도심 부활을 위해 이 지역의 고도 제한을 대폭 풀었습니다. 용적률을 2000%로 과감하게 올렸습니다. 도쿄역 위의 가상 공간을 ‘공중권(空中權)’이라는 이름으로 팔아서 주변 빌딩이 마천루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마루노우치는 40층에 육박하는 건물들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뉴욕의 맨해튼을 연상시키는 빌딩 숲이 됐습니다.
새롭게 정비된 도쿄역에서 마루노우치, 황궁으로 이어지는 길은 '국가 상징 거리'로 기능을 하면서 신혼 부부들의 기념 사진 촬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2019년 6월 전통복장을 한 일본의 신혼부부가 도쿄역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다./이하원 기자
일본의 대기업들은 이곳에 각각 특색 있으면서도 시민들의 보행권과 쉴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건물들을 멋있게 만들어 올렸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도쿄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반드시 들르는 명소가 됐습니다.
단아하고 엄숙한 느낌을 주는 도쿄역, 잔디밭이 깔린 도쿄역 광장, 숲속의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미쓰비시 이치고칸(三菱一号館), 명품 거리인 나카도리(仲通り)…도쿄도는 이 지역을 데모, 홈리스, 쓰레기가 없는 3무(無)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도쿄역의 한 안내원은 “역 광장의 질서와 미관을 해치는 분들에게는 모두를 위해서 자제해 주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연 4000만명 목표
일본은 도쿄역뿐만 아니라 롯폰기 힐스, 히비야 미드타운에 이어 아자부다이 힐스를 만들어 내며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그런 일본의 최근 관광사(史)에서 가장 의미 있는 해는 2018년이었습니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12월에 30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오사카(大阪)의 간사이(關西) 국제공항에서 기념식을 갖고 이 해의 3000만 번째 관광객이 된 대만인에게 기념품을 증정했습니다.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 국토교통상은 “관광 자원을 더 개발해 2020년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도쿄역에서 마루노우치를 관통해 황궁으로 이어지는 약 25m 너비의 도로는 일본의 '국가 상징 거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18년 11월 도쿄역을 등지고 마루노우치를 향해 촬영했다. 이 지역의 랜드마크인 마루노우치 빌딩과 신마루노우치 빌당이 양 옆에 보인다./이하원 기자
이 계획은 2020년부터 약 3년간 지속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코로나 사태가 해제되고,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대폭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4000만명에 육박했습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방문객은 약 3690만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서도 방문객 증가세는 이어져 1~8월 누적 기준 약 2838만명이 일본을 찾았으며, 8월 한 달에만 340만명 이상이 입국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관광업계는 엔저와 항공 노선 회복이 ‘인바운드(일본 방문)’ 수요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VISIT JAPAN 캠페인
일본이 관광 대국으로 거듭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2003년 방일 외국인은 500만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1000만명, 2018년 3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외국 관광객이 15년 만에 6배, 5년 만에 3배 수직 상승한 것입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요. 일본은 2000년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2010년대 아베 신조 총리가 장기 집권하면서 ‘관광 대국’의 틀을 닦은 덕분입니다.
고이즈미 내각은 2003년 방일객(訪日客)을 두 배로 늘리는 ‘비지트 재팬 캠페인(visit Japan campaign)’을 시작했습니다. 기존과는 달리 입국을 쉽게 하도록 비자 정책을 바꿨습니다. 일본인 위주로 돼 있던 교통, 숙박 관련 인프라를 외국인들도 이용하기 편리하게 했습니다.
2012년 집권한 아베 총리는 아예 자신이 관광 분야의 컨트롤 타워를 맡았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관광전략회의는 거의 매달 직접 주재하며 관광 동향을 점검했습니다. 총리가 관광에 큰 관심을 갖고 챙기다 보니 산하기관과 관광업체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베 내각은 저비용 항공사(LCC) 노선을 대폭 확대해 도쿄, 오사카 등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이전엔 관광과 거리가 멀었던 돗토리현 등에도 관광객이 유입되도록 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지해 외국인이 큰 돈 들이지 않고 쉽게 일본을 방문하게 된 것도 관광객 급증에 기여했습니다.
일본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2017년 방일객에 의한 수입이 처음으로 4조엔을 돌파했습니다. ‘관광 활황’ 때문에 그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땅값이 27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지방 4대 도시(삿포로·센다이·히로시마·후쿠오카)는 땅값이 9.2% 올랐는데, 이는 관광객 증대에 따른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습니다. 한국도 역사와 문화, 경제가 조화를 이룬 도심 정비사업으로 외국 방문객이 늘고, 지방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기자 admin@slotmega.info